◆ 20~30%가 재발… 약 반드시 복용해야
가슴 한가운데가 터져나갈 듯한 흉통이 닥친 급성 심근경색 환자는 신속한 응급 시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즉시 가야 목숨을
건질 수 있지만, 그것으로 전부는 아니다. 응급 시술로 심혈관에 스텐트(혈관확장용 철망)를 삽입했다고 '병이 다 나았다'고
여기면 큰 착각이다. 전문가들은 "스텐트 삽입 후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심장병과의 싸움 제2라운드가 시작된다.
스텐트 시술을 받은 뒤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거나 항혈소판제제 복용을 2~3일만 걸러도 혈관이 다시 막히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 전체 스텐트 시술의 20~30%는 재발 환자
급성 심근경색 환자 중 95% 이상이 응급 스텐트 시술을 받는다. 건강보험공단 '2008년 주요수술통계'에 따르면 스텐트 삽입술은 수술 건수가 9위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게 시행된다. 2006년 3만1938건, 2007년 3만5452건, 2008년 3만7177건이 시술되는 등 매년 시술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중 20~30%는 이미 스텐트를 삽입한 적이 있는 '재발 환자'라는 점이다. 이병권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스텐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스텐트를 넣은 자리에 혈전이 다시 생기는 비율은 과거 30%에서 5% 정도까지 줄었다. 하지만 심근경색이 닥친 뒤에도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아 정상이던 혈관에 새로 혈전이 생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스텐트 재시술은 매우 어렵고 실패도 잦아
심장의 관상동맥은 세가닥으로 갈라진 지점부터 끝까지 길이가 30~40㎜이며, 여기에 들어가는 스텐트 길이는 가장 작은 것이 7~9㎜이므로 하나의 심장혈관에는 최대 3~4개의 스텐트가 들어갈 수 있다. 세 가닥의 관상동맥에 모두 스텐트를 삽입한다면 이론적으로 한 사람에게 최대 9~10개의 스텐트가 들어갈 수 있다. 이 교수는 "이런 계산에 따라 '또 스텐트를 끼우면 되지'라며 방심하는 사람이 있는데, 스텐트를 넣은 사람에게 또 스텐트를 삽입하는 시술은 매우 어렵다. 기존 스텐트가 혈관 통로를 막고 있기 때문에 시술 시간이 길고 조영제 사용량도 2배 이상 많아져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신부전 등 합병증 발생 위험도 훨씬 크다"고 말했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스텐트 시술 후 혈액을 묽게 만드는 항혈소판제제를 최소 1년간 매일 2~3알씩 복용해야 한다. 스텐트 성능이 좋아진 2000년대 후반 이후 시술 받은 사람은 약을 1년만 복용해도 되지만, 그 이전에 시술받은 사람은 재발 위험이 높아 장기간 혹은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담배는 반드시 끊어야 한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심근경색 재발 위험이 3~5배 높다. 과음이 아닌 이상 음주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약 2~3일만 걸러도 심근경색 재발 위험
항혈소판제제의 부작용 중 하나는 출혈이다. 이 때문에 치과 치료나 위·대장 내시경 등을 받으면서 "설마 며칠 거른다고 재발할까"라고 안이하게 생각하며 약 복용을 중단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는 매우 위험하다. 홍범기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이를 뽑거나 임플란트 시술을 한다고 약을 며칠 거르다가 심근경색이 재발해 응급실로 실려오는 사람이 종종 있다. 항혈소판제제는 2~3일만 약을 걸러도 약효가 50% 이하로 떨어지고, 1주일간 거르면 피가 약을 복용하기 이전 상태로 완전히 돌아간다"고 말했다. 미국심장학회 권고에 따르면 치과치료나 내시경 시술 정도로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많은 양의 출혈이 생기지 않으므로 지혈시간이 길어지는 번거로움이 있더라도 절대로 약 복용을 중단하면 안된다. 홍 교수는 "스텐트를 삽입한 사람이 수술을 받을 때는 심장내과와 협진하며 출혈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스텐트 시술을 받은 사람이 위나 장 등 출혈 부작용이 생기면 토혈(吐血) 어지럼증 흑색변 등이 동반되므로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