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청곡/요청곡

[Ernesto Cortazar]Beethoven's Silence

그대창가 2012. 6. 8. 00:11

 

 

 

- 나무 그늘아래


푸른 햇살이 환하게 퍼지는 오후. 하얗게 부서지는 빛의 무리가 꽃처럼 눈부십니다.
나무 그늘아래 앉아 그 정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푸르게 퍼지는 햇살의 투영이 꿈속처럼 어른거립니다.
그 잔영 따라 상념 또한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듯 했습니다.


일렁이는 나뭇잎의 춤사위가 연둣빛 속살거림이 되어 폭포처럼 쏟아지고,
바람이 스칠 때마다 빛과 나뭇잎이 만들어내는 색과 그림자의 율동이 경쾌합니다.
무심한 마음이 되어 그 안에 하나가 되니 어느덧 그대 마음도 연둣빛으로 물듭니다.


고요히 사물의 세세한 움직임에 마음을 모으니 모든 것이 경이롭습니다.
피어난 작은 풀꽃들, 사랑을 실어 나르기 바쁜 꿀벌들, 짝을 찾는 새소리, 바람 스치는 소리, 꽃 피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 소리, 불현듯 이 모든 것이 저 너머의 것처럼 아름다웠습니다.


미적 관념은 자연으로부터 옵니다.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자연 속에는 질서가 있고 생명의 약동이 있으며, 자연스럽고, 균형이 있습니다.
그것이 아름다움의 원천이고, 좋은 마음의 밑그림이 된다고 믿습니다.


청소년기에 읽었던 프랜시스 버넷의‘비밀의 화원’이 떠오릅니다.
숨겨진 그 정원 안에서 상처 입은 아이들이 자연과 더불어 놀면서 치유 되었듯,
연초록의 향연이 일고 있는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있는 그대에게도 치유의 초록물이 베었으리라고...


무르익은 봄날 오후. 햇살은 찬란하고 바람은 초록의 물결이 되어 마음 안으로 쏟아져 들어옵니다.
문득 기억 저편에 있는 시간들이 스칩니다. 바람처럼 지나간 시간들,
그 시간 속에 녹아있는 사랑, 별리, 결핍, 아픔들. 지나고 보니 꽃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이순간의 위로이며, 그리움입니다.


빛과 그림자, 그늘... 언제나 그 문제입니다. 빛 따라 그림자가 생기고 그늘이 생깁니다.
행복이란 나무 아래 펼쳐진 그림자의 문제, 또 그늘의 문제인 것입니다.
인간이 불행한 이유는 그림자도, 그늘도 나무로 생각하지 않는데서 비롯됩니다.


햇살이 일렁이는 나무 그늘에 앉아 상념 속에 빠져 오랫동안 앉아 있었습니다.
아무 조건 없이 그 순간이 평화롭고 좋았습니다.
이유 없이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의 의미가 무언지 알 수 없습니다.

                                                                                                 
-햇살.

[Ernesto Cortazar]Beethoven's Silence